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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갑자기 잠이 쏟아진다...기면증일까, 과다수면증일까?

그저 남들보다 잠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면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밤에 충분히 자는데도 다음 날 낮에 과도하게 졸리거나,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온다면 ‘기면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한낮에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면 기면증을 의심해야 한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잠, 기면증이란?기면증은 낮 시간에 과도한 졸림을 일으키는 중추성 질환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정상적인 각성을 유지해주는 물질인 히포크레틴(hypocretin)의 분비가 결여되어 생기는데, 히포크레틴의 부족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일반인은 낮에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 단계로 바뀐 후 꿈을 꾸는 렘수면이 나올 때까지 보통 80~90분 정도 걸리지만, 기면증 환자는 잠이 들고 나서 15분 이내에 렘수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면증은 주로 10대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증상 초기에는 과다한 학업과 육체 피로로 인한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는 일이 흔하다. 보통 기면증이 나타나기 전에 선행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갑자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독감을 앓았다거나, 생리 등 급격한 몸의 변화를 겪은 뒤에 기면증이 시작되기도 한다.

나도 기면증일까?만약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졸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에는 기면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보통 기면증의 첫 증상은 낮에 과도하게 졸리는 것이다. 식사 직후나 강의 중, 운전 중에 갑자기 몽롱해지면서 잠에 빠져들 수 있다. 기면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탈력 발작 △수면 마비(가위눌림) △입면 환각 등이 있다. 이중 탈력 발작은 기면증 환자의 60~70%가 경험하는 증상으로, 갑작스럽게 근육의 힘이 짧은 시간 동안 빠지는 것을 말한다. 무릎에 힘이 빠지는 정도로 약하게 올 수도 있고, 온몸에 힘이 빠져 맥없이 주저앉거나 넘어지기도 한다. 대한수면연구학회에서는 “탈력 발작이 발생했을 때 환자는 의식이 멀쩡하기 때문에 주변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안다”라고 설명했다. 탈력 발작은 웃거나 화낼 때, 놀라는 등 강한 감정 변화 등이 있을 때 나타나며, 빈도수는 개인마다 달라 하루에 몇 번씩 발생하기도 하고 평생 한두 번만 발생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신홍범 원장(코슬립수면의원)은 하이닥 q&a에서 “야간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도 기면증의 증상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낮에는 심하게 졸려서 낮잠도 자지만 정작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아 늦게 잠드는 경우가 많다. 신홍범 원장은 “이러한 증상은 불면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기면증으로 인해 수면 리듬이 교란되면서 생기는 문제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다수면증과 기면증의 차이점은?과다수면증과 기면증은 ‘잠이 많다’는 증상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저 피곤하고 졸린 과다수면증과 다르게 기면증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갑자기 잠이 드는 ‘수면 발작’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과다수면증은 조용하거나 어두운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잠드는 것이 전형적인 증상이지만, 기면증은 환경과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졸음이 찾아온다. 이로 인해 큰 사고가 나는 등 일상생활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기면증 진단과 치료 방법기면증이 의심되면 밤잠을 검사하는 수면다원 검사와 낮잠을 검사하는 반복적 수면 잠복기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린다. 기면증으로 확인되면 상태에 따라 행동 치료,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행동 치료는 규칙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하고 수면 위생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며, 낮에는 가장 졸린 시간대를 정하고 10~20분 정도 낮잠을 취하도록 한다. 낮잠을 자고 나면 90~120분 정도는 개운한 상태가 유지되어 주간 활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음주나 야간 운동, 고탄수화물 식사는 피하도록 한다. 행동 치료 시에는 갑작스러운 졸음으로 인해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주변 사람들에게 기면증의 특성에 대해 자세하게 알리는 것이 좋다. 행동 치료만으로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낮에 졸린 증상을 줄여주는 각성제와 탈력 발작을 예방하는 약물 등을 처방 받아 복용할 수 있다.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신홍범 원장(코슬립수면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